영화일기

영화 노트 : 토이스토리 4

디스커버더라이프 2023. 3. 1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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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엉성해도 3D나 애니메이션 장르라면 5점 만점에 3점은 그냥 줄 수 있다.

만들어내는 일을 하다 보니 사람이 무언가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데 대한 존경과 경외심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보이도록 노력한 공력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나 할까.

이 공력에 실제 같은 세계관까지 겸비한 픽사에서 만든 작품이라면 볼 것도 없이 5점이다.

 

 

리모컨을 누르다가 토이스토리 4를 발견했다.

어? 내가 못본 픽사 작품이 있다고? 2019년작이었다.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에 쏟아내던 그때다.

어제가 오늘인지 오늘이 내일인지도 모르고 살던 그때였다.

아, 그래서 덕후가 이걸 못 보고 놓쳤구나. 잠시 눈물 좀 닦고.

 

새 장난감 버즈에게 주인의 사랑을 뺏길까 미움과 질투를 가득 안고 있었던 1편의 우디는 4편까지 오는 동안 꽤나 성숙했졌다.

장난감인지 쓰레기 재활용품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포키를 우디가 돌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인 보니는 쓰레기로 직접 만든 포키를 정말 아낀다.

 

그런 포키가 그만 집을 나가버렸다.

주인의 행복이 곧 우디가 사는 이유이므로, 지금 이 순간 우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포키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다.

니모가 아닌 ‘포키를 찾아서’ 떠나는 우디의 모험이 영화의 줄거리다.

 

이 시리즈는 3편으로 끝났다고 12년 전에 생각했었다. 누

가 봐도 더할 나위 없는 완전한 끝이었다.

더 풀어낼 얘기가 없을텐데, 한낱 장난감 주제에 자신의 삶을 개척하겠다며 다음 차원을 열어놓고 4편의 엔딩 크레딧이 올랐다.

당연히 나는 5편, 6편 또 기다려야 한다. 행복한 기대감이다.(픽사, 당신들은 대체…)

 

세상의 없던 판을 만들어보겠다고 날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고 살았고, 그 세상과 이별했을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의 새로운 차원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알고 보면 잠깐 남의 세계에 속해 살았을 뿐인데,

삶의 중심을 나로 옮겨오면 되는 일이었는데,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우디가 삶의 미션을 ‘주인(들)의 행복’에서 ‘자신’으로 바꾸는 장면에서 소름이 조금 돋았다.

나의 한 장면이 오버랩이 되면서.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주인을 섬기고 있지는 않은가.

익숙함에 길들여져 변화할 때를 놓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지 않은가.

장난감에게 또 인생을 배웠다.

벌써 네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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