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

봄날은 간다

디스커버더라이프 2001. 10. 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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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왜 날 사랑하지 않아?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젊은 시절 상처한 아버지, 고모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겨울 그는 강릉방송국 라디오PD 은수를 만난다.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는 상우와 녹음 여행을 떠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어느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 상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빨려든다.

그러나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의 관계는 봄을 지나 여름을 맞으면서 삐걱거린다.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에게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부담스러운 표정을 내비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말하는 상우에게 은수는 그저 “헤어져”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랑이 변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우는 어찌 할 바를 모른다.

은수를 잊지 못하는 상우는 미련과 집착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서울과 강릉을 오간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습니다.

어느덧 그 정열적이었던 땀이 차가운 바람에 녹아버리는 가을이 왔습니다.

뜨겁게 서로를 원하던 여름이 가고 차갑게 멍하니 한곳만 바라보는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여름 전 수많은 영화들과 하루를 보냈습니다.

헐리웃의 블록버스터부터 한국영화까지...

지금까지 올해 제가 보왔던 20 여편의 영화중 제가 지루하게 본영화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재미없었다고 악평하는 영화도 전 빨려들어갈듯 신나게 보았죠

그렇게 빠르게 살아왔습니다.

현실이 메말라 갈수록 영화는 한층 재미있어 지는걸까요?

오늘 조용한 영화를 원하는 갈증때문에 봄날은 간다를 봤습니다.

영화는 너무나 고요했습니다.

정지된 화면 고요한 소리... 가장 정적인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왜그리 영화를 보면서 집중이 안되는 걸까요?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의 한곳만 바라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본 봄날은 간다는 아주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영화는 상실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킵니다.

잃어버린 자연의 소리. 잃어버린 한국의 소리. 문득 문득 이청준문학의 서편제가 생각이 나더군요. 잃어가는 한국의 전통의 목소리. 그리고 한의 소리...

이제 저도 그런 잃어버린 한국의 전통에 어느정도 익숙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봄날은 간다는 단순히 잃어버린 무언가만을 보여주진 않았던거 같습니다.

영화는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까지도 보여주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현대인들이 충분히 공감할수 있는 흘러가듯 가버린 사랑에 대한 기억까지도 영화는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하루에도 전화통을 붙들며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그렇게 하나하나의 순간마저도 그리운 나날들...

그 모든게 할머니의 메마른 사진처럼 고요히 추억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추억의 단편들이 있는데요. 하나의 매개체처럼 연상되네요.

먼저 역.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교차되는곳 사람을 만날수도 있고 뜻하지 않게 헤어질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공간. 상우가 은수를 만나는 곳이 이 역입니다. 또한 상우의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공간역시 역이었구요. 상우에겐 만남의 순간이 있는곳이고 할머니에겐 기다림의 순간이 있는곳. 여기서 상우는 할머니에게 그녀와의 만남을 후회하듯 화를 냅니다. 할머니는 그저 달콤한 사탕만 건넬뿐...

소리.

흐르는 듯한 대나무소리. 할아버지,할머니의 아리랑, 거기다 은수의 콧노래 소리까지. 영화에서 소리란 사랑의 향기대신 나오는 청각적 매개체인거 같았습니다. 소리가 이렇게 달콤한 줄은 처음 알았으니까요.

사진.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도 나왔지만 사진은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과거 속에 자신을 가두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사진으로 봄날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상우에게는 사진을 찍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거 같네요. 영화는 상우의 봄날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추억보다는 그 하나하나의 순간을 살릴려고 한거 같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곳에 눈을 떼지 못하고 이것저것 딴생각이 나게 하는 '봄날은 간다' 다른영화처럼 재미있게 볼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영화가 제 현실과 같아서 난 프레임에 비추는 환상과 내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거 같습니다. 그렇게 전 영화내내 관중속에서 내현실을 보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저는 내내 이렇게 내 봄날을 보내야 하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아직 전 다가오는 봄날을 맞이 할 준비가 안되있는가 보다.

워낙 조용한 영화라서 다소 보기 지루할듯... 이영환 아무래도 혼자 가서 보고 나오는 영화인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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