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

[PIFF in Busan] 도풀갱어(개막작)

디스커버더라이프 2003. 10. 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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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 REVIEW]
쿠로사와 키요시의 영화세계는 일상에서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거나 잊어버리고 지내는 것의 공존을 자주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이 그러하고 초월적 힘이 그러하다. 그러나, 그의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그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거나, 잊어버리고 지내는 존재와 갑자기 맞닥뜨리는 순간, 혼란을 경험하면서도 자아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도플갱어>는 제목 그대로 자신의 분신과 만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장애인 또는 환자용 로봇의자를 개발중인 하야사키는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분신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분신은 자신보다 훨씬 더 거칠지만 또 한편으로는 매우 자유롭다. 그래서, 그 분신이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자신의 일을 망쳐놓거나 엉뚱한 일을 저질렀을 때 하야사키는 때때로 해방감을 느낀다. 그것은 사회나 도덕적 틀 안에서 억압되었던 자신의 욕구의 분출에 다름 아니다. 그 기묘한 공존을 통해서 하야사키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자아의 이면을 발견해 가기 시작한다.

‘공존’의 핵심 장면은 역시 하야사키와 분신이 맞대면하는 장면이다. 쿠로사와 키요시는 화면분할 기법을 통해 이 ‘공존’을 다시 분화시키고 관객들로 하여금 하야사키와 또 다른 자아를 동시에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다시 이 둘을 뒤섞이게 함으로써 도덕적 자아와 본능적 자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해버린다. 그리하여 쿠로사와 키요시는 하야사키로 하여금 점차 분신을 닮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살아남은 하야사키는 과연 누구인가? 쿠로사와 키요시의 <도플갱어>는 스릴러로 출발하여 ‘인간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LN's Comment]
영화제가 8회나 되도록,
첨 참석해보는 개막작이었다.
영화도 영화지만, 영화제의 첫테잎을 끊는 행사도 있고,
덕분에 수많은 배우와 감독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무지무지 흥분하고 기대했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야외상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찍부터 늘어선 엄청난 사람들,, 사람들!
원래 사람많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공감하는 하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때문에,
기분좋게 오래도록 줄을 설 수 있었다.

그런데..개막식이 시작되고,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여기저기서 헛점과 실수들이 눈에 띄었다.
큰 행사에는 약간의 티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정말 8회씩이나 큰 행사를 이끌어온 것이 맞는지 의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특히나 스크린 바로 옆에 붙은 엄청난 조명은,
개막식 자체를 두눈뜨고 보기 어렵게 만들었고(끝나기만 기다렸음)
게다가 개막식때 화려하게 등장한 배우나 감독들(유명인사들)은
영화시작과 함께 어둠속으로 우르르 나가버렸다...(정말 실망!)
거기에다, 영화중간엔 한참이나 자막이 안 나오는 사태까지 있었다..-_ㅠ;
내년, 후년에는 좀 더 성숙한 PIFF가 되길 간절히 바래보면서..
영화에 대해 잠시 쓰자면...

예전에 드류배리모어가 나왔던 동명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땐 도플갱어(또 하나의 자신) 자체에 대한 공포가 주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쿠로사와 키요시는 도플갱어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본성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도풀갱어를 내려치는 하야시키의 모습은
그 도풀갱어보다 더 섬뜩하고 공포스러웠다.
후반부로 갈수록, 하야사키는 자신의 도풀갱어보다도 더 파괴적이고 잔인해져서
죽었던 사람이 도풀갱어가 아니라 하야사키가 아니었나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 자신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내가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내가 아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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