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기

꽃섬(세상 끝, 슬픔을 버리는 곳..)

디스커버더라이프 2001. 11. 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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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고..
나는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유진의 울음섞인 나레이션과 함께 영화는 시작되었다...
"기도했어요,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노래가 인생의 전부인 그녀는 암 선고를 받고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음에 절망하고..자살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옥남...그녀는 자신의 소중한 아이에게 피아노를 사주고 싶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소녀같은 순수함을 두 눈 가득 보여주는 그녀는 상처받은 그녀들을 꽃섬으로 이끄는 천사이다..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아서 버린 혜나...
그녀는 자신을 낳아준 '여자'를 찾아 무작정 남해행 버스를 탄다.
그녀에게 친구라고는 '지니'라는 카메라 뿐...
힙합스타일의 옷, 짧은 머리...그러나 눈빛이 너무나 슬픈 그녀...
초록빛 날개짓으로 그녀는 희망을 그린다...

남해행 버스에서 옥남과 혜나는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하지만, 버스기사는 산 중에 그녀들을 버리고 북으로  떠나버린다..
'뭐, 인생이란게 다 그렇잖아요...
가끔씩 예정되지 않은 길을 가는 것도 재밌잖아요?'이 한마디와 함께...

그렇게 산 중에 남게된 그녀들은, 죽어가던 유진을 살려내게 되고,
희망을 주는 섬...
슬픔을 사라지게 하는 섬...
꽃섬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10대, 20대, 30대 세 여자와 흰눈,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마치 동화처럼 여정끝에 도착한 꽃섬에서..
그녀들은 빛을 만난다..희망을 만난다...

몇년전에 '영상예술의 이해'라는 교양과목을 듣던 중에...
'소풍'이라는 단편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처음 송일곤이라는 감독의 이름을 들었고, 짧은 영화 한 편으로 그의 이름을 가슴끝에 새겼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즈막히 얘기하는 그의 영화는 언제나 나의 감정의 선과 맞닿아 있다.  
속삭이는 듯한 옥남의 목소리, 혜나의 눈빛, 유진의 노래...
그녀들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유는 없다....
그저 슬픔이 밀려올 뿐....
우는 것 말고는 달리 감정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 언저리가 뻐근하다...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슬픈, 그리고 감동적인...
작은 동화, 꽃섬....
그 곳에서 희망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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